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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자본론

본 독후감은 트레바리 트래블리W 클럽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목적과 수단의 역전.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목적과 수단이 역전되지 않게 하자’라고 할 수 있겠다.

‘보고-연락-상담’은 일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지만 흔히 ‘보고-연락-상담’만 하면 일을 다한 것처럼 느낀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선입관과의 싸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여 고객 가치 높히기, 새로운 장서 분류법, 더 나아가 패러다임의 제안까지. 목적을 다시 돌아보고 그에 맞춰 수단을 다시 검토하는 사고가 저자가 하는 모든 활동의 기저가 된다.


얼마전 읽은 <혁신기업의 딜레마>(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에서 조직의 능력에 미치는 가장 큰 세 가지 요인으로 자원(사람), 프로세스, 가치를 말했다. 프로세스나 가치에 고정되어버리지 않는 이상적인 조직은 가능한가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그런 조직에 맞는 변화무쌍한 사람들로만 이루어 진다면 불가능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직이 점점 커질 수록 가치에 맞춰 변할 수 있는 사람, 프로세스에 맞춰 변할 수 있는 사람, 프로세스에 고정되어 버리는 사람들로 채워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원인은 목적과 수단의 역전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단을 실행하면서 목적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분명 쉬운일은 아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다. 위대한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은 물리학 문제를 풀 때 공식을 외워 사용하기보다 F=ma 에서부터 다시 공식을 유도하여 사용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그가 위대한 물리학자가 될 수 있었던데는 분명 그 습관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목적과 수단의 역전을 막을 수 있을까?



호기심.


저자는 ‘자유’에 대해 정의하면서 "본능이나 욕구에 현혹되지 않고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즉 무엇이 ‘의무’인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그런 깨달음을 따르는 것이 자유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목적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것이 행위라면, 그 행위를 유발하는 요인은 ‘호기심’이다. 우리가 수단에 빠져버리게 되는 이유는 어떤 작업을 ‘의식'의 영역에서 ‘무의식’의 영역으로 옮겨버리기 때문이다. 무의식에 맡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듯 효율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지는 않다. 이를 막기위해 우리는 자꾸 무의식의 영역에서 의식의 영역으로 행동을 끌어올려야 한다.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에서 직원들에게 권장하고 있어서 이슈가 되고 있는 ‘마음 챙김 명상’은 우리가 명상에 대해 선입견으로 가지고 있는 무념무상의 경지 같은 어려운 얘기를 하지 않고, 단지 호기심 있게 바라보기를 해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흡연자들을 상대로 본인이 담배를 필 때 의식적으로 ‘내가 지금 담배를 피우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호기심있게 그 모습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담배를 피우게 만드는 무의식적 요인들을 수정할 수 있게 되어, 기존 어떤 금연클리닉보다 두 배의 금연 성공률을 달성했다고 한다.

(https://www.ted.com/talks/judson_brewer_a_simple_way_to_break_a_bad_habit?language=ko)


그래서 저자는 "이노베이션은 언제나 아웃사이더가 일으킨다.”라고까지 말하며 ‘아웃사이더’에 주목한다. 아웃사이더는 그 분야를 거의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호기심있게 이미 존재하는 수단들을 목적과 하나하나 맞춰보면서 이상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부분은 저자는 어떻게 인사이더 직원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아웃사이더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할까라는 것이다. 일본에 갔을 때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패러다임.


저자는 호기심을 통해 목적과 수단의 역전을 막아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 큰 그림은 저자가 <자본론>의 유물 사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에서 볼 수 있다.

저자는 ‘하부 구조’의 변화를 통해 ‘상부 구조’의 변혁을 유도하려고 한다. 이 얘기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제러미 리프킨)에서도 자본론의 유물사관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상부 구조를 그 책에서는 ‘패러다임’이라고 칭한다. <과학혁명의 구조>(토머스 쿤)에서 처음 나온 패러다임이라는 단어의 뜻은 ‘함께 작용하며 통일되고 통합적인 세계관을 확립하는 신념 및 가정 체계로서 설득력이 높고 저항할 수 없는 까닭에 실제 상황 그 자체나 마찬가지로 여겨지는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 에너지 자원, 운송 양식의 변화가 새로운 인프라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경제를 조직하는 방법에도 영향을 끼치고, 그로부터 현실과 기존 패러다임과의 모순이 쌓여 모종의 티핑 포인트에 도달해 기존의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된다고 보았다.


제러미 리프킨은 패러다임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그 사회 나름의 방식을 그대로 본떠 자연관을 고안해 낸 것이고, 그렇게 사회의 조직 방식이 자연 질서와 합치한다고 인식하는 데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패러다임 또한 사회관과 자연관의 합치를 통해 위안을 주기위한 ‘목적’을 지닌 ‘수단’인 것이다. 패러다임에 파묻혀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면 ‘목적과 수단의 역전’이 일어난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읽으면서 나는 변화된 세상에서 태어나 패러다임(상부 구조)과 현실(하부 구조)의 모순을 느끼는 새로운 세대들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기하면서 기존 패러다임을 대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상부 구조에 변혁을 유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시해야한다"고 했다. 나는 하부구조의 변화는 시대의 흐름 같이 매우 크고 내가 건드릴 수 없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상부 구조의 변화를 후대에 미루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모두 자신이 변화시킬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 자신의 스케일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다.



라이프 스타일 제안.


마지막으로 저자가 ‘상부 구조 변혁’이라는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

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다.

저자는 하부 구조에는 IT 혁명이 일어났지만 상부 구조에는 아직 그에 따른 변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본다. 인프라의 변화는 하부 구조의 변화일 뿐이다. 상부 구조가 변혁된 것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나타난다. 그래서 저자는 새 시대에 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사람들에게 제안한다.


내가 재작년에 8percent, 1Day1Song, 뉴스퀘어 등의 회사들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이 ‘큐레이팅’이었다. 세상에 정보가 너무 넘쳐난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정보를 모으자면 한 시간 만에 한 달을 읽어도 못볼 만큼의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사람들은 먹고 살기도 바쁜데 다른 정보까지 찾아 볼 정신적 여력이 없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미리 잘 정제된 정보를 보여주는 큐레이팅이 뜨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자가 말한 넘치는 상품과 플랫폼도 결국 비슷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생각한 트렌드는 ‘고급 오프라인 문화’였다. 트레바리, 오픈 갤러리, 프립 등을 보면서 생각했다. 15년전 쯤에 온라인 문화는 그 시대에서 앞서나가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그 때는 온라인에서 예의를 잘 차리고 컨텐츠 생산력도 높았지만, 지금은 누구나 혹은 오히려 다른 것을 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온라인에 머무르며 막말문화, 컨텐츠 소비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럼 그 때 시대를 앞서나가던 사람들(혹은 그 카테고리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사람들은 이제 온라인을 떠나 다시 오프라인 문화로 옮겨와 고급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 같다.


올해에는 어떤 트렌드가 생길까? 인터넷이 처음에는 고급 문화였지만 점점 보편문화가 되었듯, 오프라인 문화도 점점 보편화 되지 않을까? 적당한 가격대의 보편적 오프라인 문화가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오프라인 문화가 보편적이기 위해서는 로컬 기반이여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IT 혁명, 에너지 혁명에 걸맞는 라이프 스타일일 것이다.



마무리.


저자는 “내가 생각하기에 부산물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고 했다. 위에서 말한 ‘보편적 로컬 오프라인 문화’는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작은 생각일 뿐이지만, 이것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한다. 이 책 덕분에 위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새해에 내가 올해 해야할 일을 정립할 수 있었다. 저자에게도, 이 책을 선정해준 클럽장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뒤늦게 시작한 개발자.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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